우리 살아가는 길 중간에
나는 어느 어두운 숲 속에 서 있었네.
곧은길이 사라져 버렸기에.
어떻게 거기 들어섰는지 말하기 쉽지 않으나,
진정한 길을 잃어버렸던 바로 그때
잠에 너무나 취해 있었다.
그러나 무서움에 내 마음이 찢겨 나간
저 골짜기가 끝나는 그곳에,
어느 언덕 기슭에 이르고 나서야
위를 바라보았고, 그 등성이가 보였는데,
다른 자들을 각자의 길로 올바로 이끄는
행성의 빛줄기에 벌써 휘감겨 있었다.
([지옥] 1곡 1~18행)
살다보면 곧은길에서 벗어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헤매는 때가 오기 마련이다. 누구나 그렇듯, 단테도 그랬다. 늦은 나이에 정치에 뛰어든 지 불과 5년 만에 피렌체를 대표하는 6인의 최고위원에 선출되면서 인생의 정점에 올라섰다. 당시 극도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던 정쟁의 기본 구도는 황제와 교황의 대립이었다. 다른 도시들처럼 피렌체도 황제와 교황을 옹호하는 두 파벌을 중심으로 시민이 분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단테는 파벌의 대립을 소멸시키고 적법한 권력을 세울 때 비로소 피렌체에 안정과 번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속 권력을 탐하던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에게 피렌체가 협력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쳤고,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로마를 방문한다. 그런데 마침 그가 피렌체를 떠나 있는 동안 교황과 결탁한 파벌이 주도하는 쿠데타가 일어난다. 무력으로 집권한 새로운 정부는 단테를 배임 및 뇌물수수로 기소하고, 궐석재판을 열어 추방을 선고한다. 피렌체에 복귀할 경우 화형에 처한다는 무시무시한 조항도 곧 추가되었다.
<신곡>을 시작하는 위의 인용문에서 “어두운 숲”은 당시 황제와 교황이 대립하여 생겨난 무질서와 혼란의 상태를 가리킨다. 단테는 “진정한 길”을 잃어버려 “어두운 숲”에 들어선 이유를 잠에 취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지금 잠에서 깨어 숲을 두리번거리며 헤매고 있다. 잠들었던 지성이 깨어나 행동을 시작하는 상태다. 지성은 그를 숲이 끝나는 지점까지 인도하며, 그곳에서 비로소 위를 바라보자 언덕 등성이를 휘감은 별빛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별빛이 모든 사람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임을 알게 된다. 이제 그에게는 그 별을 향해 나아가는 일이 주어져 있다. 단테는 곧고 올바른 길을 거듭 강조한다. 앞으로 그는 길을 잃어버린 이유와 경위를 밝히고 길을 회복하는 과정을 들려줄 것이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잠에서 벗어나 지성을 최대한 발휘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이것이 곧 그가 추구했던 구원의 길이다. 단테에게 구원이란 섭리의 일방적 작용이 아니라 인간이 지성을 발휘하여 스스로 만들어가는 일이었다.
왜, 왜 주저하는가,
왜 마음속에 그리도 겁을 품는가,
왜 용기와 솔직함이 없는가? ([지옥] 2곡 121~123행)
지옥으로 가는길
베르길리우스는 ‘왜’라는 의문사를 세 행에서 무려 네 번이나 거듭하며 단테를 다그친다. 주저하고 겁을 내는 이유를 묻고 판단을 촉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주저”와 “겁”을 버리고 “용기”와 “솔직함”을 찾으라는 명령이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베르길리우스는 주저와 겁을 버리기 위해 용기가 필요하고, 용기는 스스로에게 자존감과 내적 확신(이들이 “솔직함”의 숨은 뜻이다)을 불어넣어준다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 용기는 무엇에도 얽매이거나 휘둘리지 않으며 과감하게 소신을 펼쳐나가는 기반이다. 베르길리우스의 촉구와 격려 덕분에 단테는 마침내 지옥으로 가는 발길을 떼어놓는다.
지성은 행동이다.
선은 인간다움에서 나오고 악은 인간다움을 잃으면서 생장한다. 단테는 인간다움의 첫째 조건은 지성이며, 지성은 용기와 행동으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만으로도 지성을 잃고 악으로 기울어지며 인간다움을 잃는다는 말이다. 잠에서 깨어 지옥을 직시하고 용기를 내어 행동하는 단테의 모습. 이것이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모습이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culture/book/article/202111192107005#csidx58a74577ff203319d4238ee591e280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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