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짧게 쓰는 게 좋을까요?
짧은 문장의 힘을 알기 전에는 납득하기가 어려울 거예요.
짧은 문장은 여러분이 어휘를 자유자재로 부렸던
교육 이전의 단계로 되돌아가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글을 쓰게 합니다.
문장의 특성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짧은 문장이 더 수월합니다.
(문장들을 도식화해보세요. 어렵지 않습니다.)
짧게 쓰면 접속어가 필요 없습니다.
또한 문장의 의미가 뚜렷해져 파악하기 쉬워집니다.
무조건 단문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긴 문장을 써야 하겠죠.
짧은 문장만큼 명료하고 단도직입적이라면 말입니다.
"하지만 단문은 뚝뚝 끊기는 느낌인데요?"라며 항변하고 싶을 것입니다.
끊기는 느낌이 드는 건 거친 문장들이 이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변형과 리듬감이 관건입니다.
얼마나 짧아야 짧은 걸까요?
여러분이 써온 문장의 길이에 따라 다릅니다.
문장을 짧게 유지하는 방법 하나는
되도록 문장 사이의 공간을 비워두는 것입니다.
문장을 마치는 온점과
다음 문장을 시작하는 단어 사이의 공간이 아니라
온점과 다음 문장의 주어 사이의 공간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공간은 종종 불필요한 단어들로 채워지거든요.
대부분의 문장에는 서두나 마무리가 필요 없습니다.
수집하려 들지말고 사라지게 놔두세요.
참을성 있게 다음에 알아차릴 것을 기다리세요.
...
왜 이것, 이 순간, 이 갑작스러움이
여러분의 주의를 끌었는지 고민해주세요.
여러분이 알아차린 것은 단지
여러분을 사로잡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생각이 꾸준히 흐르다가 갑작스럽게 중단되기까지
여러분의 마음이 주의가 움직인 방식도 알라차린 것입니다.
알라차리는 것은 연습하는 방식으로 문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머릿속에 문구를 떠올리고
그것에 담긴 가능성을 살펴보고
그런 다음 꺼내놓아서,
단지 안에 보관하듯
정형화된 문자들로 묶어두지 말고
사라지는 문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제가 말하는 리듬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
노랫말을 떠올려보세요.
글에서는 좀더 섬세하지요. 박자와 멜로디는 잦아들고요.
무엇이 되었든 소리내어 읽어보세요.
글을 좀 더 참신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또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모든 문장을 하나의 달락으로 만드세요.
(마침표를 찍고 엔터를 치세요.
종이에 손으로 쓴다면 문장에 매번 다음 줄에서 시작하세요.)
어떤가요?
문장 길이에 따라 그래프가 그려졌을 것입니다.
그 글이의 차이가 보일 것입니다.
문장과 문장이 어떻게 다르거나 드라지 않은지도 보일 것입니다.
변화는 분량에 있어서도 구조에 있어서도 글의 생명입니다.
문장을 하나씩 세로로 배열하면 자세히 관찰하기 쉬워지겠지요.
그러다가 여러분은 불현듯 문장 간의
형태적 유사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문장들이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그리하여 수정하는 법을 꺠치고
좋은 문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간단명료한 질문들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독자를 상상하면서 쓰면
더 쉽게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상상 속에서 구상한 독자의 존재는
여러분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글을 쓰는 방식을 바꿔놓을 것입니다.
명료함을 추구하세요.
명료함을 추구하다보면 스타일이 저졸로 드러날 것입니다.
여러분의 명료함은 의도하지 않더라도
다른 이의 명료함과 차이가 날 것입니다.
수년 뒤, 습작한 글을 꺼내보면서
느긋하게 여러분이 구축한 스타일을 돌아볼 수 있겠지요.
지금은 우선 고민해야 할 더욱 중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퇴고가 그중 하나입니다.
둘 다지요.
머리속에 튀어나오르는 단어들을 받아적는 경유가 아닌 이상
작문은 언제나 퇴고와 함께합니다.
그럼 왜 그래야 하는 것일까요?
방금 종이에 적은 문장을 보세요.
더 간단한 명사와 더 강한 동사를 골라 바꿉니다.
이미 적은 문장을 수정했으니 이 과정은 퇴고일까요?
아니면 작문을 불러야 할까요?
둘은 차이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작문과 퇴고를 동시에 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완결된 듯이 보이던 문장에서 결함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결함을 발견하는 것은 더 좋은 문장을 만들기 위한 과정입니다.
즐기세요.
알아차리지 못한 실수는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이 쓴 글을 무수히 읽어서 문제점을 찾아내야 합니다.
노련한 작가들도 이렇게 해야 합니다.
꽁꽁 숨어서 찾기 어려운 결함도 있거든요.
더 좋은 접근법을 알려드리지요.
글감을 탕진하세요.
좋은 소재를 마지막까지 비축하지 마세요.
무엇이 좋은 소재인지 여러분은 아직 모릅니다.
마지막이 어떨지도 아직 모르고요.
다 써버리세요.
소질할 소재는 풍부합니다.
새로이 발견할 필요성이 생겨야만 찾아나서게 마련이거든요.
이렇게 해보세요.
개요를 짜지 마세요.
자료 조사, 독서, 알아차리기, 취재, 여행, 주목하기, 기록 -
여러분이 무슨 글을 쓰든 간에
주제를 이해하기 위해 하는 그 모든 작업들.
기록을 다시 읽어보고, 그 위에 다시 기록하세요.
되풀이하세요.
생각한 것을 기록하세요.
무엇보다도 관심 가는 것을 기록하세요.
관심 가는 것을 반드시 적어두세요.
기록을 이용해 가요를 짜지 마세요.
기록을 다음 문장을 위한 로드맵으로 활용하지 마세요.
리듬은 작가의 권위가 비롯되는 필수적인 원천입니다.
문장이 다른 방식을 취하면 리듬이 완전히 달라지지요.
리듬은 많은 것의 지표입니다.
독자는 리듬으로 문장의 명료함을 가늠합니다.
리듬은 혀와 마음을 차분하게 합니다.
균형과 추진력을 강조합니다.
리듬은 매우 요긴하며 제대로 갖춰놓을 가치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 :
권위는 여러분이 택한 주제가 아니라
글을 쓰는 방식에서 나옵니다.
어떤 주에도 무성의한 글을 쓰기를 만회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잘된 글쓰기는 어떤 주제도 흥미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글의 주제는 오로지
작가가 사용하는 언어의 은총으로 존재한다."
이 책의 제사인 조이스 캐럴 오츠의 말이 바로 그 뜻입니다.
여러분의 은총, 여러분의 권위는
주제의 정당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해냅니다.
주제는 여러분의 글을 정당할 수도 없고
잘 안 된 글을 벌충할 수도 없습니다.
글쓰기의 한 가지 목적은 -가장 중요한 목적이기도 하죠-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세상을 증언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물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있는 그대로 입증하는 것이
여러분이 해야 할 일입니다.
처음에는 생소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단지 관찰한 것이 아니라 사실로 보이는 것만 말해야 하는지
세심하게 제한된 환경에서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어쩌면 사실인 것을 말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을 것입니다.
누가 사물의 존재 방식을 말하라고 요청을 했나요?
그런 증언을 할 권위는 어디서 구했나요?
답은 찾은 것은 여러분 몫입니다.
"독자는 누구인가?"라고 묻고 싶은 유혹에 시달릴 것입니다.
"독자에게 나는 누구인가?"가 더 나은 질문입니다.
"이 글에 얼마나 다양한 '나'가 드러났는가?"도 좋은 질문이죠.
단 하나여야 한다고 누가 그러던가요?
여러분의 글이 다음의 두 가지 맥락에서
읽히게 되리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좋습니다.
독자가 읽기에 관해 알고 있는 것,
독자가 인생에 관해 알고 있는 것,
작가들 다수가 인생 부분을 깜빡하지요.
그러니 다음과 같이 퇴고하세요.
되도록 간결하게. 단어를 더하지 말고 덜어내세요.
되도록 직접적으로. 얼버무리거나 에두르는 표현을 삼가세요.
되도록 단숙하게. 복잡한 구조와 어려운 단어는 피하세요.
되도록 명료하게. 매 순간 모호함을 경계하세요.
되도록 리듬감 있게. 글 전체가 리듬을 갖게 하세요.
되도록 문자 그대로. 불분명한 수사를 고쳐 쓰세요.
되도록 암시를 활용하여 문장이 침묵으로 말하게 하세요.
되도록 변화를 통해. 항상 명심하세요.
되도록 과묵하게. 많이 늘어놓지 마세요.
되도록 세상을 향해. 여러분의 세상을 발견하세요.
되도록 개입함으로써. 조용하지만 굳건한 권위를 토대로 쓰세요.
번외
왜 존 맥피는 '시원해'라는 평범한 말을 놔두고
'청량해'라는 단어를 썼을까요?
'내가 머물던 사원'이 아니라 '그 사원'이라고 했을까요?
필요하다면 펜이나 연필로 구두점을 없지만 호흡이 나뉘는 구절을 표시해보세요.
단문들로 잘게 쪼개보는 것도 유용할 것입니다.
"전쟁은..."으로 시작하는 문장들이 반복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리듬감과 문장 구조측면에서 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맨 끝에서 "그래서 우리는, 작은오뽜와 나는. 영화를 보러 다녔다."는 단락을 무무리하고 새 단락을 여는 간결한 리듬의 파동을 만들어냈습니다.
돔 매구언의 글에서는 "무리는 게 나는 가장 싫었다."라는 문장에 대해 생각해볼까요.
'옳은' 문장은 나는 물리는 게 가장 싫어다일 테지요.
그러나 "지금까지 말에 채이고 밟히고 물렸다. 물리는 게 나는 가장 싫었다"라는 문장 속 공백에서 우리는 그의 글이 지닌 압축, 간결함이 돋바ㅗ인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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