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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Security/ETC

[ETC]친구를 돈주고 사는 사회,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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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영혼일 것’이라는 주변의 추측과 달리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 하는 것은 나의 오래된 열망이었다. 잦은 이사와 전학으로 스산했던 성장기 경험은 내 몸에 ‘외로움 유전자’를 깊이 내장시켰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은 십 대 이후 내내 ‘외로움과의 전투’였다. 수학여행 버스에 혼자 앉지 않기 위해, 동료 집단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크리스마스이브에 혼자 남겨지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썼다.

 

나노 사회가 가속화될수록 우리는 혼자 남겨진 비참한 기분, 이탈된 기분, 배제되고 무시당한 느낌에 시달린다. 고립과 적막을 피하고자 익명의 인간들이 바글대는 소셜미디어로 도망치지만, 이내 스마트폰 세상에서 내 외로움이 정확한 수치로 공개되는 모습을 숨죽이며 지켜본다.

 

글쓴이

저서 '고립의 시대'로 코로나 이후 닥칠 외로움의 후폭풍을 지적한 노리나 허츠(Noreena Hertz)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세계번영연구소 명예 교수.

 

청년들의 ‘외로움 증가’가 2010년부터라면, 소셜 미디어 태동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군요.

“네. 마침 그해 스탠퍼드대에서 대규모 연구를 했습니다. 통제집단에 속한 1,500명의 학생은 평소처럼 페이스북을 사용했고 다른 1,500명은 두 달간 페이스북을 끊었어요.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페이스북을 끊은 집단은 친구, 가족과 직접적인 활동을 더 많이 했고, 더 자주 행복감을 느꼈어요. 페이스북을 끊는 건 심리치료를 받는 것과 최대 40%까지 같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럼 뭐죠? 외로움의 정의는?

“동료, 시민들, 고용주, 정부와 단절된 것 같은 느낌도 역시 외로움입니다. 외로움은 사회 정치적으로 ‘내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존재인 것처럼 느끼는 상태’죠. 1년 반에 걸친 코로나 봉쇄조치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이 상황은 더욱 악화됐어요. 긱 노동자들, 자영업자들의 별점 압박, 감시사회로의 진입.... 다들 외로움의 동굴에서 비명을 지르는데, 우리는 수수방관하고 있어요.”

돈을 주고 친구를 사는 일은 더 대중화될까요?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우정을 사는 게 쉬워질수록 우리는 스스로 가족, 친구, 동료 시민을 돌보는 노력을 안 할 거예요. 렌트어프렌드 회사에서 바우처를 살 수 있는데, 뭐하러 굳이 연로한 아버지를 방문하고, 대학 동창의 뻔한 이야기를 들어주겠어요?

우정을 거래하는 관계에 빠져들수록 타협과 호혜의 근육을 단련할 기회가 사라져요. 그게 제가 브리트니와 보낸 시간이 충분히 즐거웠음에도 다시는 ‘렌트어프렌드’ 앱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예요.”

그렇다면 허츠 박사님은 개인적 외로움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외로움을 주제로 연구하면서, 저 스스로 외로움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애쓰고 있어요. 매주 즉흥연기 모임에 참가했고, 지금은 줌으로 모입니다. 정기적으로 마을 서점과 식료품점을 이용하고, 우편배달원이나 마을 카페 바리스타와도 20초 이상 안부 대화를 나눠요. 이러한 미세 상호작용은 ‘우리’를 일깨우는 중요한 안전신호죠. 소상공인들이야말로 우리 마을을 지탱하고 있는 보루라는 걸 잊지 않으려 합니다.”

 

 

출처

https://biz.chosun.com/notice/interstellar/2021/12/11/LUE4EJDK3ZGJHHR7MB4KTWPB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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