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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Security/Column

[Column]섹스 로봇은 '진짜 여자'가 무서운 남자들에게나 필요하다 From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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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을 이용해 인간이 삶의 편의를 누린다고 할 때 무엇을 더 상상할 수 있을까. 어쩌면 기계를 통해 성적 욕망을 더 편하게 누리겠다는 발상은 자연스럽다. 여성들도 '반려가전'이라 부르며 여성용 섹스 토이를 사용하니까. 그러나 섹스 로봇을 떠올릴 때마다 의아한 것은 왜 꼭 이토록 기이하게 포르노화된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피부는 혈관이 비치고 열선을 깔아 체온을 느끼게 한다. 앱을 이용해 성격을 커스터마이징할 수도 있다. 섹스 로봇이야말로 과학기술과 여성을 떠올릴 때 가장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주제다.

'포로노'의 정의

Pornography란 원래 '매춘의 기록'이란 뜻이다. 매춘부를 뜻하는 'porne'과 그림 또는 묘사를 뜻하는 'graphos'의 합성어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포르노그래피는 '성적 감정을 일으킬 목적으로 남녀의 생식기나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포르노그래피'라는 단어가 이 세상에 생겨났을 때부터 자연적으로 부과된 것은 아니다.

출처 :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6/02/10/2006021070376.html#:~:text=Pornography%EB%9E%80%20%EC%9B%90%EB%9E%98%20'%EB%A7%A4%EC%B6%98%EC%9D%98,%EA%B2%83'%EC%9C%BC%EB%A1%9C%20%EC%A0%95%EB%A6%AC%ED%95%A0%20%EC%88%98%20%EC%9E%88%EB%8B%A4.

 

unsplash

섹스 로봇 대한 이야기

1. 폭력에 둔감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성행위를 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하다, 유사 이래 강간은 항상 있어 왔다, 여성 형태의 로봇을 만들어서 사용하면 실제 여성을 대상으로 의사에 반해 성행위를 맺는 강간이 줄어들지 않겠느냐, 이런 말들을 하죠. 들의 논리를 가져와서 적용해보면요. 인간이 예로부터 자신과 다른 존재에 반감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니 백인이 흑인 모양의 마네킹이나 아주 리얼한 형태의 인형을 만들어서 폭력적으로 구는 것을 승인한다고 가정해봐요. 그러면 사회가 인종차별이나 혐오를 줄일 수 있을까요? 절대 아니란 말이에요. 오히려 폭력에 둔감해지게 만들죠. 다른 상황이라면 직관적으로 알 일을 인간 여자일 때는 사람들이 바로 인식을 못 해요.

2. 포로노화 된 모습을 한 감점 로봇

 여성 섹스토이는 '우머나이저' 같은 것만 봐도 기능에 충실한 기계죠. 남성 섹스토이는 여성, 혹은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닮은 것들이 많아요. 가슴이 과도하게 크다거나 하는 식으로 기이하게 어긋난 방식으로 닮았어요. 여성을 닮았으나, 진짜 여성이 아닌 남성이 욕망하는 모습의 포르노화된 여성인 거죠. 거기에 더해 섹스 로봇과 친말감의 교류를 원하죠. 외로움을 해소해주기를요. 

 

3. 윤리적 책임으로 도망치고 싶은 감정

효돌이와 섹스 로봇을 봤을 때 제가 느끼는 공통점은요. 부모님이나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건 고통에 연루된다는 것이고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뿐더러 윤리적인 책임을 느끼게 되죠. 기계에게 귀찮고 싫은 것들을 다 맡겨버리는 거죠. 돌봄 노동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지 모른다고도 느끼고요. 섹스도 타자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조율해 가야 하는 복잡한 의사소통이죠. 그 모든 얽힘을 거부한 채 자기 욕망을 배설하는 간편한 대상이 섹스 로봇인 거죠.

 

4. 거절, 거부 당함에 대한 두려움, 네크로필리아(시체 애호층)

크로필리아의 정신 병리적인 분석을 살펴보면, 자신이 거부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절대 거부하지 않는 어떠한 반응도 없는 존재에게 끌리는 거예요. 성이라는 건 사람들이 소통을 하는 방식 중 하나인, 굉장히 상호 작용하는 일이잖아요. 그걸 할 만한 능력이 없고 자기가 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 사람들이 섹스 로봇을 욕망하고 옹호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요. 섹스 로봇은 여성을 닮아 있어 정복감, 전능감, 통제감을 주지만 진짜 여성은 아니어서 나를 거부할 수 없는 존재이죠.

네크로필리아와 맞닿아 있는 것이 나르시시즘이에요. 시체 또는 섹스 로봇을 보면서 그 모든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통제하니까요.

 

5. 모든 상황을 만들기 위해 곱의 노동이 필수

섹스 로봇을 진짜 쓴다면 너무 귀찮을 것 같아요. 나한테 맞춰서 다 설정을 해야 하고 모든 상황을 내가 통제해야 하니까.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인간의 삶을 상당히 바꿔줄 수 있을 것처럼 얘기하지만 사실 구동하는 것 자체가 번거롭고 귀찮아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개만 놔두고 다 없애버리게 되잖아요. 섹스 로봇도 설정 하나하나 맞춰 줘야 하고 어디 코드를 뽑아줘야 하고 다 노동이잖아요.

 

 

가짜 여자가 필요한 이유

나르시시즘이라는 거예요. 이 욕망의 원형이 피그말리온 신화 같아요. 자기 이상형인 여성을 조각하고서 너무 사랑한다며 울고 해서 아프로디테가 실제 여성으로 만들어주잖아요. 네크로필리아고 나르시시즘이죠. 조각상의 인격이 온전히 피그말리온의 투영으로만 구성되어 있잖아요. 

다시 말해, 정말 이 사람이 누군지 알고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그대로 투영한, 자기를 기쁘게 해줄 존재로서의 가짜 여성을 만들어놓고 홀로 사랑에 빠지죠. 섹스 로봇을 통해 우리가 보는 것은 결국 성적 빈곤에 처한 외롭고 불쌍한 남성이 아니라, 인간과의 상호 작용을 두려워한 나머지 온갖 노동과 귀찮음을 감수하면서까지 시체와 사랑에 빠진 남성인 것이네요.

 

 

출처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12221654000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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